다가온 연말 연시, 北 주민들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

진행 : 2017년이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달인 12월이 됐습니다. 한국에서는 연초에 세웠던 계획을 되돌아보거나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들을 돌아보면서 한해를 마무리하는 분위긴데요. 북한 주민들은 1년을 어떻게 마무리하면서 보낼지 궁금해집니다. 오늘도 강미진 기자와 함께 관련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강, 기자 북한 주민들은 주로 새해가 시작되면 어떤 목표들을 세우나요?

기자 : 네, 한국에서는 새해 계획으로 저축과 다이어트, 술 담배 끊기, 차를 새로 구매하는 등 건강과 미래의 나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 기본인데요. 그러면 북한 주민들은 어떨까요?

저는 올 초에 평양에 살고 있는 한 주민과 통화에서 북한 주민들도 새해가 되면 가정의 계획을 세우고 또 개인별로도 목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요, 평양시 개선구역의 한 가정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올해 우리 집 목표는 태양열광판을 무조건 마련하는 거죠? 대학공부에 돈 들어가는 것은 많지만 저도 절약해 쓸게요.”

이렇듯 가정의 경제력에 따라 다양한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생활이 어렵지 않은 가정들에서는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더 좋은 곳으로 새로 이사를 가거나 벽걸이 TV나 2단 냉장고를 마련을 꿈꿉니다. 반면 생활이 어려운 가정들에서는 식구 중에서 특별히 필요한 품목을 선정해서 마련한다고 합니다.

진행 : 시장화가 진전된 2010년대 이후부터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빈부 격차가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런 차이에 따라서도 새해 목표가 좀 달라질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 여러 계층의 북한 주민들과 통화를 하다보면 잘 사는 사람이든 간부이든 그리고 생활이 여의치 않은 주민이든 공통으로 갖추려는 것이 태양열광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만성화된 전력난으로 연간 전기의 덕을 보는 날이 드물었고 명절이면 “이번엔 전기공급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고 하는데요, 바로 2010년대부터 국경지역과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 내륙지방의 농촌마을들에서도 태양열광판 붐이 일면서부터 전기에 대한 갈망이 조금씩 해소되는 추세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대북제재로 석탄을 수출하지 못하게 되자 화력발전소 전기 생산이 증가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자연히 주민들에게 공급되는 전기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진행 :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타격을 주기도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주민 생활이 나아지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도 한 거군요?

기자 : 제가 북한 주민으로부터 받은 평양시와 개성시 사진에서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들에 태양열광판이 흔히 눈에 띠더라고요, 또 함경북도 라선시와 산골인 명천군에서도 곳곳에서 태양열광판을 설치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최근 건설된 미래과학자거리와 려명거리 등에 있는 일부 상업망들에서는 야광알림판들이 설치되어 있어 야간에 식당을 찾는 주민들은 물론이고 지방에서 온 주민들이 쉽게 건물을 찾을 수 있어서 좋다는 반응이라고 합니다. 대북제재가 주민들의 생활을 힘들게 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렇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행 : 빈부에 따른 차이도 있겠지만 간부들과 일반 주민들과의 생활차이도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간부들의 경우에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을까요?

기자 : 네. 얼마 전 국경지역을 방문한 평양시 주민과 통화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올해 아내가 벽걸이 TV를 마련한 데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는 지난해 가을에 새집으로 이사를 했기 때문에 올해는 절약하자는 계획이었지만 어찌하다보니 돈이 생겨서 아내가 졸라대던 벽걸이 텔레비전을 사서 집에 설치했더니 다음날부터 밥상메뉴가 달라지더라는 거에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북한 여성들이 남편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밥상에 비싼 고기라든가 평시에 자주 먹을 수 없는 음식들을 차리는 거랍니다. 벽걸이 텔레비전을 사준 남편에게 고마워하는 그 여성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저도 기쁘더라고요.

하지만 또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습니다.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뜬 후에 장사를 함께 하던 동료들의 상품까지 잃어버리면서 빚에 시달리고 있다는 한 여성은 올해엔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딸에게 손전화(휴대폰)을 사주려고 했지만 아쉽게 구매하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이 여성의 말에 따르면 주변에도 올해 장사를 망친 주민이 여럿 되는데 그들도 연초에 세웠던 계획을 포기했다고 하더군요.

진행 : 앞서 설명해주신 것처럼 연말이 되면 그동안 여건 때문에 사지 못했던 물건들을 마련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던데, 어떤가요?

기자 : 계층별로 또 생활형편에 따라 다양한 품목들을 구매하고 있어서 특별히 어떤 품목들을 구매하는지 설명하기 쉽지 않네요, 주민들이 대체로 구매하는 것을 보며 텔레비전과 자전거, 그리고 냉장고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혼식이 많은 요즘시기에 맞게 결혼예물도 잘 팔리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일부 가정에서는 패딩을 구매하기도 하구요, 어떤 가정에서는 온 식구가 내의를 모두 마련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금연이라든가 다이어트 등 한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한 해에 꼭 이루고 싶는 부분을 계획하는 문화는 남이나 북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진행 : 아무래도 가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이렇게 1년간 목표를 세워 물건을 구매하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이런 품목들의 가격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 네, 평양시와 평안남도 평성시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냉장고는 300달러에서 450달러를 하고 있고, 텔레비전은 싼 것은 60달러, 비싼 것은 105달러 정도를 한다고 합니다. 자전거는 전기자전거와 일반 자전거가 있는데요,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판매되고 있는 전기자전거는 싼 것은 대당 54만 원 정도 하고 비싼 것은 61만 원 정도를 한다고 합니다. 양강도 혜산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일반자전거는 30만 원에서 42만 원 정도, 좋은 것은 84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주민들이 일반적으로 쉽게 마련하는 연 계획상품 중에 비교적 싼 측에 속하는 솜옷은 5만원, 비싼 것은 350만 원을 한다고 합니다. 솜옷 하나를 마련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돈을 마련해야 하는지 짐작하기도 했습니다.

진행 : 마지막으로 북한 시장 물가동향 전해주시죠.

기자 : 네.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최근 시장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 4800원, 신의주 4900원, 혜산 54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옥수수는 1kg당 평양 2000원, 신의주 2150원, 혜산은 21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 정보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010원, 신의주는 8005원, 혜산 8075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 1195원, 신의주 1155원, 혜산은 118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3800원, 신의주는 13000원, 혜산 135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휘발유 가격입니다. 휘발유는 1kg당 평양 19000원, 신의주 19500원, 혜산 19500원으로 판매되고 있고 디젤유는 1kg당 평양 14500원, 신의주 15000원, 혜산 160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