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막판까지 美-北 말폭탄 대결…北 고강도 도발 나설까

제72차 유엔총회에서 북한과 미국의 ‘말폭탄’ 대결이 격화되면서 양국이 국면 전환을 꾀하기는커녕 되레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게 될 우려가 나온다. 특히 북한이 유례없이 최고지도자 명의의 성명을 낸 데 이어, 예고에 없던 리용호 외무상의 기자회견까지 열고 미국에 대한 강력 대응을 천명함에 따라 향후 북한의 고강도 도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엔 총회에서의 미북 간 말폭탄 대결은 지난 19일 트럼프가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칭하면서 시작돼 25일(현지시간) 리용호가 북한으로 돌아가기 직전 성명을 발표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리용호는 이날 출국 전 숙소 호텔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트럼프의 선전포고에 대처해서 모든 선택안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 지도부의 작전탁(작전테이블) 위에 올려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리용호는 “미국 폭격기들이 설사 우리 영공 계선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 해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를 포함해서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면서 “누가 더 오래가는가 하는 것은 그때가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지난 며칠 동안 다 알다시피 유엔 비롯한 국제사회는 조미(북미) 사이 말싸움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소원했다”면서 “그러나 트럼프는 지난 주말에 또다시 우리 지도부에 대해 오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선전포고를 했다”고 못 박았다. 추후 트럼프의 발언을 빌미로 추가 도발을 강행한 뒤 이를 자위적 대응이라 주장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그는 “유엔총회에 참가하고 있는 모든 성원국 대표단들 포함해서 전 세계는 미국이 먼저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이날 북한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바 없다면서 북한의 주장에 정면반박하고 나섰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북한에 대해 선전포고한 바 없다”면서 “솔직히 말해 그러한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리용호가 미국 전략폭격기들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한 데 대해 샌더스 대변인은 “한 나라가 국제공역에서 다른 나라의 비행기를 향해 타격한다는 것은 결코 적절한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자국 영공이나 영해가 아닌 국제공역에서 전개되는 미 전력에 군사적 대응을 하는 건 자위권이 아닌 불법적 무력사용이라는 설명이다.

샌더스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똑같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를 계속 추구해나갈 것”면서 “이 지점에서 가능한 한 최대한의 경제적, 외교적 압박을 가해감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를 이루는 것이 우리의 초점”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는 북한이 자위권 차원 군사 대응을 주장한 데 대해 B-1B 비행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로버트 매닝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23일 밤 B-1B 랜서 무력시위와 관련, “비행할 권리가 있는 국제공역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닝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동맹국과 파트너, 미 본토를 안전하게 방어하기 위한 모든 옵션을 행사할 것”이라면서 “북한이 도발 행위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북한에 대처하기 위한 옵션을 대통령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군사적 대응에 나설 경우 미국도 군사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고 압박한 셈이다.

그러면서 그는 “미군은 당장에라도 전투에 임할 수 있는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북한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북한과 정권을 어떻게 다룰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한편 유엔총회 계기로 다시 불붙은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정권 사이 말폭탄 대결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서로를 향해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내달리는 양국의 기싸움에 한반도 위기가 또 한 번 크게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일반토의 첫날인 19일 기조연설을 통해 김정은을 ‘로켓맨’이라 지칭하고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이틀 후인 21일 리용호는 뉴욕에 도착한 직후 숙소 호텔 앞에서 기자들에게 “개 짖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 하려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개꿈”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김정은도 이날 처음으로 본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해 “(미국에 대해)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위협했고, 이에 대해 리용호는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라고 부연했다.

이후 리용호는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 “과대망상이 겹친 정신이상자” “악통령(악의 대통령)”이라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이어 “미국과 그 추종세력이 우리 공화국 지도부에 대한 참수나 우리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 공격 기미를 보일 때는 가차 없는 선제행동으로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사회관계망) 트위터를 통해 “만약 그가 ‘리틀 로켓맨’(김정은)의 생각을 되 읊은 것이라면 그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반격했고, 곧 이어 미 국방부가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북한 동해의 국제공역으로 출격시켜 무력시위에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