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당국, 군 창건일 맞아 주민들에 ‘원호(援護)물자’ 강요

북한이 인민군 창건 85주년을 맞아 주민들에게 칫솔, 치약 등 ‘원호(援護)물자’ 명목의 생활필수품을 걷은 것으로 확인됐다. 원호물자란 인민군 후방지원을 위해 걷어지는 구호품으로서 군인들을 돕고 보살펴주기 위해 마련되는 물품을 말한다.

양강도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마산동을 포함한 혜산시 곳곳에서 창건일을 맞아 세대별로 비누, 달래, 두부 등 생활필수품과 부식물 등을 걷어갔다. 어제(24일)까지 걷어 오늘 아침 군부대로 가지고 갔다”면서 “해마다 ‘인민군 지원사업’이라는 명분으로 부식물까지 싹쓸이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각 공장, 기업소 및 동사무소들에서 ‘칫솔 있는 사람은 칫솔, 치약이 있는 사람은 치약을 가지고 나와’라며 독려했다”면서 “인민군 지원사업이 전국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원호물자는 여유가 있는 사람만 낼 수 있는 강제성이 없는 것을 의미하고 (당국도) 그렇게 선전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주민들 중에서 (당국의) 선전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원호물자를 내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어떻게든지 물자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원호물자는 명목일 뿐 실제로는 주민들에게 물자 제공을 강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원호물자를 마련해야 하는 부담은 어른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창건일을 맞아 학생들에게도 ‘위문품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집에서 쓸 만한 생활필수품을 한 가지 이상 무조건 가지고 나오라는 지시’가 하달 된 것.

함경북도 소식통은 “회령시 내 학교에 이런 지시가 하달됐다”면서 “학생들은 집안 살림을 뻔히 알지만 무엇이든지 짜내서 가지고 와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버지는 직장에서, 어머니는 여맹에서, 아이는 학교에서 뜯기고 있는 것”이라면서 “온 가족이 이렇게 뜯기면 결국 죽으라는 말 아니겠냐”고 말했다. 인민군대 원호사업은 조직적으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국에 의한 조직적인 착취가 진행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은 직장, 세대별로 현금(북한 돈 3000~5000원) 제공을 요구받았다고 한다. 주민들로부터 걷은 돈을 통해 군인들 생활필수품 등을 일괄적으로 구매하겠다는 당국의 설명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생활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현금 제공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커졌고, 이에 따라 당국이 현금 대신 원호물자 명목의 생활필수품 등을 요구하게 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돈을 내든 물건을 내든 결국 뺏기는 것은 같지 않겠느냐”면서 “국방력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하루 세끼 밥 먹기도 어려운 주민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강화한다는 것이 옳은 일이겠냐”고 꼬집었다.

소식통은 원호물자를 걷는 간부들의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김정은이 주민들에게 세부부담(국가에서 해결해야 될 일정한 금액을 세대들에 부담시키는 행위)을 주지 말라는 지시가 하달된 이후, 간부들도 돈 내라는 소리는 못하고 있다”면서도 “생활필수품과 부식품들을 걷는 과정에서 대체품이 없으면 현금으로 내도 좋다며 은근슬쩍 현금을 요구하고 있는 간부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걷어진 현금은 결국 간부의 주머니로 가는 것 아니겠냐”면서 “간부들은 제 주머니 채우는 것에만 관심을 가질 뿐, 국방력 강화니 하는 말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