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극이라는 北…평양입국 용의자 수사받게 할 수 있나?

김정은의 배다른 형 김정남에 대한 살해 사건이 북한당국의 소행으로 점점 드러나고 있습니다. 19일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건 발생 후 공식으로 되는 첫 번째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경찰청 부청장이 밝힌 데 따르면 신원이 확인된 이 사건의 용의자 5명이 모두 북한 여권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 중 1명은 체포됐고, 4명은 사건 당일 날인 13일에 말레이시아를 벌써 떠났습니다. 김정남 살해 사건 용의자 4명의 이름은 리지현(33), 홍송학(34), 오종길(55), 리재남(57)입니다. 
 
이들 외에 다른 북한인 3명도 추적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북한이 사건의 배후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8명의 용의자들이 모두 북한 국적이라고 밝힘으로써 북한을 배후로 보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한편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는 그제 김정남의 살인사건에 연루된 4명의 북한 용의자가 17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이 사건 당일에 말레이시아를 떠나 인도네시아, 아랍추장국(아랍에미레이트), 로씨야(러시아)를 경유해 평양에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북한 공작원들이 윁남(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여성 2명을 동원해 “청부 살인극”을 벌이고 이를 직접 확인하고서는 바로 말레이시아를 탈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핵심 용의자가 모두 북한으로 탈출한 상황이라 사건의 배후를 밝히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정황상 북한의 소행이라는 게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고 있지만 발각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말레이시아주재 북한 대사 강철은 김정남의 시신을 부검하지 않은 채 넘겨받으려고 하다가 실패했습니다. 그러자 지난 17일 밤 갑자기 언론 앞에서, 말레이시아가 적대세력과 결탁했다느니, 부검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말레이 당국의 부검결과를 믿을 수 없다느니 하고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이 문제로 결국 말레이시아 정부에게 강력항의 받는 외교적 “초치”까지 당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말레이시아 정부의 평판을 훼손하고 근거없는 주장을 함으로써 스스로 김정남 살해 사건의 배후임을 증명해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자루 속에 송곳을 감춘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북한이 국제사회 앞에 테러를 저지르는 범죄 국가의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진상을 밝히기 위해 최대한 협조해야합니다. 특히 말레이시아 당국이 용의자로 지목한 리지현, 홍송학, 오종길, 리재남이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를 받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