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 공개·未공개 모두 김정은 체제에 악재로 작용”

말레이시아 당국이 북한 김정은 이복형 김정남 피살 용의자로 북한 국적 4명을 추가 공개하면서 김정남 암살에 김정은이 배후라는 사실이 점점 공식화 되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주목된다.

일단 ‘독극물로 처형’이라는 무자비한 살해 방식에 국제사회가 충격에 빠져 있는 만큼 북한은 자국 소행 여부를 밝히기 보다는 ‘모르쇠’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1997년 김정일 위원장의 전처 성혜림 언니 성혜랑의 아들 이한영 씨가 북한 공작원에 의해 사살됐다는 우리 정부의 결론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또한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이 아닌 강철 주(駐)말레이시아 북한 대사처럼 외교관 등을 내세워 ‘특대형 조작극’이라는 식으로 강변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정남의 여성 편력이나 도박을 즐기는 습성을 부각해서 ‘폭력 조직 간 모종의 이해관계’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특히 주민들을 대상으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소문 확산 차단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위 간부 및 평양 시민을 제외한 일반 주민들이 김정남 존재를 잘 모르는 점을 인지한 북한 당국이 ‘조용히’ 이번 사건을 넘길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중국 및 내부 핸드폰 사용자 증가 및 시장화 확산이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 북한 당국은 해외에서 뉴스 보도→중국 핸드폰 사용자 중심으로 사건 파악→장사꾼들을 통한 정보 확산을 지금까지 완벽하게 차단하지 못했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선전선동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역 일꾼과 중국 친척방문자들을 중심으로 김정남 존재와 김정은의 백두혈통 정통성 문제가 제기되기 전에 ‘외부 공격’을 선제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0일 데일리NK에 “‘해외에서 우리의 영상(이미지)을 깎아내리려는 차원에서 조작된 제국주의 모략’이라는 점을 부각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다만 북한 당국이 김정남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일부러 김정남이라는 존재를 주민에게 알리는 행동은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고위 탈북민은 “내부적으로도 김정남 피살사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될 것을 예상한 김정은이 이복형의 피살사건을 조용히 묻고 지나가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남조선 괴뢰에 협력해서 공화국을 팔아먹으려고 했다’는 쪽으로 몰아갈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해외에 파견된 북한 주민들(대사관, 무역일꾼, 해외파견노동자, 사사여행자)의 숫자가 상당한 만큼 공개가 필연적이라고 본다면 북한은 통상적으로 써오던 수법인 외부의 ‘탓’을 강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이 이 사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든, 소극적으로 대처하든 상관없이 결론적으로는 김정은 체제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 당국이 김정남 사건을 ‘외부의 탓’으로 주장하더라도 주민들은 이복동생인 김평일 등 ‘곁가지 쳐내기’에 집착했던 아버지 김정일과 비교하면서 비판할 것”이라면서 “만약 소문 철저 차단 입장을 고수한다면 ‘왜 숨기나’라는 의문만 더욱 증폭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론적으로 보면 김정남 피살에 북한 당국이 어떤 움직임을 보여도 김정은 체제 유지에는 좋지 않은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사건 발생 일주일 정도가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김정남 피살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