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충성심 아닌 돈벌기 위해 김정은 관심사항 주목”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통하는 ‘평양공화국’이라는 유모아(유머)가 있다. 평양과 지방을 차별하는 북한체제를 비판할 때 주로 쓰인다. 북한 당국은 이처럼 평양을 ‘혁명의 성지’ ‘조선인민의 심장’이라고 규정하면서 주택, 상품, 전력 등에 대한 우선 공급을 진행하고 있다.

토대(신분)가 한 사람의 인생을 규정짓는 북한은 신분증명서에서도 평양과 지방 차이를 분명하게 하고 있다. 평양시는 시민증, 지방은 공민증으로 차별되는 것이다. 수뇌부가 모여 있는 지역에서의 소요 가능성을 원천차단하고 평양시 주민들을 체제 보위세력으로 역이용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북한 권력층의 손익계산이 정말 빠른 만큼 특권을 누리는 평양 시민들의 시장화 대응 역시 지방 주민들보다는 훨씬 고수다. 지방 주민들은 시장영역을 넓혀 스스로 살아갈 방도를 찾는 정도인데 반해 평양시민들은 김정은 체제 특성을 시장에 유연하게 접목한다.

“인민위원회에 사업체 설립허가문서를 제출하기 전에 위(김정은)에서 관심 있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서 데일리NK 기자와 만난 평양의 한 주민의 전언이다.

평양에서 김정은의 관심사에 따라 시장 분야를 정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내세울만한 성과가 없는 김정은이 시장 세력을 이용해 우상화 선전을 꾀하고 있다는 말로도 들린다.

이 주민은 “원수님(김정은)이 고아원에 관심을 보일 때 이런 사업을 하려고 보건부에 신청한 사람이 많았다. 이름도 리설주 고아원으로 짓겠다는 사람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북한 체제의 우상화 전략이 평양 주민들에게는 시장마케팅 전략으로 이용되는 셈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진짜 충성심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체제선전에 활용되는 고아원 건설도 주민들은 더 큰 장사를 위한 단계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체제에 대한 충성심 고취를 위해 평양 시민들에게 특별대우를 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속으로 ‘딴맘’을 품고 있었다.

[다음은 지난 2월 중국에 사사(私事)여행(친척방문) 나온 한 평양시민과의 인터뷰 전문]

-평양 시민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최근 상황은 어떤가?

“경제수준에 따라 끼리끼리 논다고 보면 된다. 부장급 간부들이 살고 있는 구역은 일반 시민들과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 전기나 가스 등 국가공급이 간부동네는 급이 다르고, 생활수준도 일반 시민들과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벌어져 있다. 이들은 중국제품은 쓰지도 않는다. TV를 비롯한 가전제품은 일본 아니면 한국제품을 선호하고 있고 식품, 조미료까지도 한국 제품을 사용한다.

최근 고급 아파트에서는 일본 토토(TOTO) 샤워기와 한국 수도꼭지가 유행이다. (김정은) 선물공급이라는 점에서 대량 수입된 자재로 내부를 꾸렸기 때문에 입사한 지 몇 달이면 샤워기가 고장 나기 때문에 스스로 구입하는 것이다.

평양시민들은 세상물정에 더 빨리 눈 뜬다. 쉽게 돈을 벌 수는 있지만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세상물정을 알아야 돈 구지(돈을 벌 수 있는 아이템)가 생긴다. 중요하게는 빽(배경)이 있어야 하며, 간부 줄타기 등 맥을 잡는 눈치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가스 등 연료 부분에 대한 실상도 소개해 달라.

“구역, 동마다 연료 공급처는 있다. 간부들은 정상적으로 가스공급을 받지만, 일반 시민들은 부분적으로 받는다. 어쩌다 가스를 공급받으면 시장에 팔아 쌀을 사는 세대도 있다. 명절이나 기념일 계기로 4인 가족에 15키로(kg)짜리 가스 6통(1년분)을 공급받은 적이 있었다. 이 가스를 1통에 20달러에 팔기도 했지만 시세에 따라 40달러 이상 팔 때도 있었다. 잘사는 집은 중국제를 구매하고 생활수준이 낮으면 국내산 가스를 구매한다.

석유가 가스보다 절반 가격으로 비교적 눅기(싸기) 때문에 석유를 사용하는 시민들도 있다. 다만 가스와 석유가격은 중국수입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중국이 못 되게 놀면 가격이 오르는 건 순간이다. 중국은 우리를 자기나라 한 개 주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과 직접 하지 못하고 중국과 거래하면서 축잡히는(왕따당하는) 것에 평양사람들은 마음 아파한다. 경제적 타산을 해보아도 한국이 아닌 중국과 장사 하는 건 남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석탄을 사서 직접 구멍탄을 빚거나 시장에서 판매되는 것을 구매하는 세대도 많다. 평양시 집 가격은 가스공급이 잘 되는 구역일수록 높게 책정된다.”

-비자를 발급받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중국비자는 쉽게 말해 보위부 시장이다. 비자는 시 보위부 외사과에서 취급하지만 구역 담당보위지도원이 사인하는 보증서류가 통과되지 않으면 외사과에 접수조차 안 된다. 담당보위지도원과 외사과 지도원에게 주는 뇌물 크기에 따라 비자가 두 달 만에 나오기도 하고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똑똑한 보위지도원은 중국에서 넘어왔다는 초청장이 위조인줄 알면서도 (시장 분야에서) 전망 있는 시민에게는 적극 협력해준다.

기존에는 중국친척이 초청하는 편지만 있으면 신청이 가능했다. 하지만 암시장에서 위조편지와 국제우편 도장이 찍힌 봉투를 파는 것이 발각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친척이 보내는 편지지에 중국출입국 도장이 찍혀야 정식 초청장으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머리가 좋은 보위지도원은 비자신청자가 돈주(신흥부유층)라면 초청장이 없거나 비자대상이 안 돼도 비법적인 방법까지 가르쳐준다. 또 중국 가기 전 교육을 할 때 ‘늦게 나와도 되니까 돈을 벌다 나오라’고 귀띔 해주기도 한다. 물론 그에 따른 대가로 귀국 후 얼마간의 돈을 줘야 하지만 이것으로 보위부 간부와 긴밀한 인맥관계가 형성된다. 55세 이상인 경우엔  500달러, 40대는 1000달러정도, 30대는 몇 천 달러의 뇌물이 필요하다. 다만 최근에는 비자 발급이 많이 제한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에 나오시기 전 시장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가?

“목욕탕을 운영했다. 낡은 공장창고를 임대하고 3000달러를 빌려 목욕탕으로 재보수를 했다. 군부대 간부와 인맥이 있어 목욕탕 건설 때 군인들을 공짜나 다름없이 썼다. 물은 수동펌프와 전동기펌프, 각각 두 대 설치하고 물을 데울 때 사용하는 석탄은 (그때마다) 시장가격으로 구매했다.
 
목욕탕은 구역인민위원회 소속으로 수입금 중 일부를 내야 했다. 초창기 목욕탕 이윤이 나지 않아 상납금을 내기가 어렵다고 솔직히 말하자 몇 달은 눈감아주었다. 인민위원회 간부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6개월까지는 봐준다. 그러나 돈을 많이 벌면서도 이윤이 없다고 상납금을 내지 않으면 사업체 허가를 묵살해버린다.

목욕탕 손님을 끌기 위해 차를 서비스로 주기 시작하면서 이윤이 나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일 년 후 목욕탕 한쪽에 청량음료 매대를 새로 만들어 운영했다. 일공(日工)보다는 국영노력을 기본 채용했다. 일공은 시장가격으로 월급을 지불하지만, 국영노력은 국정 월급과 배급을 주었다. 훨씬 효율적이다.”

-최근 평양은 어떤 사업이 인기인가?

개인사업이 성공하려면 구역 인민위원회에 사업체설립 허가를 받기 전에 위(김정은)에서 무엇에 관심 있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원수님의 관심에 따라 시장항목을 정하면 된다. 사업체 이름을 지을 때도 잘 연구해야 (법기관에) 단속되는 게 없다.

때문에 고아원을 세우려고 하는 시민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국가에서는 고아들을 돌봐줄 힘이 없다. 위에서 고아원에 관심있어 할 때 이런 사업을 하려는 시민들이 많다는 것이다. 어느 사람은 ‘리설주 고아원’으로 이름 지을 생각이라고 하더라.

다만 평양 시민들은 고아원 사업을 더 큰 장사를 하기 위한 단계로 생각한다. 또한 이렇게 국가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에 돈을 빌려주겠다는 사람은 많다. 돈 장사꾼들은 이렇게 적절한 담보물만 있으면 언제든 대출해 주는 것이다.”

북한 경제 IT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