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궁기 북한에선 채소 배달꾼들이 넘친다는데…

진행 : 매주 북한 경제 상황을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최근 대북제재로 북한 주민들의 생계에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 제기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아직까지 다행이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춘궁기를 보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고 합니다. 자리에 강미진 기자 나와 있는데요. 강 기자, 춘궁기 북한 주민들은 어떤 방법으로 식량난을 해소하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 네. 한국 국민 대부분은 무더위에 어떤 음식을 먹으면 좋을지, 또 어디에 가면 시원하게 무더위를 식힐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는데요, 저도 더위가 최고수위를 기록했던 지난 주말 시원한 둥지냉면을 먹었거든요, 냉면 한 그릇으로 더위를 날려 보내 시원했지만 오늘도 더위 속에 식량해결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북한 주민들의 생각에 마음은 즐겁지마는 않았는데요, 먹을 걱정이 없이 사는 것이 소원이라는 북한 주민의 말을 들으면서 요즘 들어 반찬투정을 하는 제가 미워지기도 했습니다.

진행 : 아무리 식량 사정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주민들이 아직도 많이 있는 거죠?

기자 : 네, 얼마 전 연락이 닿은 한 주민을 통해 북한 내부 식량사정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는데요,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고 친척과도 같았던 이웃나라 중국까지 강경하게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주민들은 “경제봉쇄가 목을 조여 올여름은 사람도 가물 타서 말라 죽을 수도 있다”는 말로 어려움을 표현한다고 합니다. 말만 들어도 북한 주민들의 울상이 된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데요, 북한 주민들이 요즘 어떤 음식을 즐겨 드시는지 궁금하시죠?

진행 : 네, 많이 궁금합니다. 시기로 볼 때는 여름이어서 냉면을 좋아할 것 같기도 한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음식을 주로 먹나요?

기자 : 도시나 농촌이나 할 것 없이 이 시기 북한 주민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 쌈밥입니다. 쌈은 밥맛을 살리기도 하지만 부족한 식량난을 해소하는 데 있어서 적합한 방법인데요, 한국에서는 건강식으로 채소를 많이 먹지만 식량이 부족한 북한에서는 대체식량으로 채소를 즐겨 먹는답니다. 2인분의 식사량을 쌈을 싸서 먹으면 3명이 먹어도 괜찮거든요.

저도 북한에서 살 때 낮에 친구라든가 손님이 갑자기 찾아오면 밥을 새로 하기보다 상추나 배추, 파 등으로 쌈을 싸서 밥을 먹었거든요, 맨 밥에 반찬을 먹기보다 더위엔 상추 위에 고추장을 찍은 쪽파하나 얹어 놓고 밥 한술을 덧놔서 쌈을 싸서 먹으면 텃밭향기가 입안을 꽉 채우면서 기분도 좋아지고 더위도 싹 날려버릴 수 있거든요. 입맛이 땡기죠. 내일 점심 꼭 쌈을 싸서 드셔보세요.

진행 : 네, 쌈을 먹으면서 더위도 날려 보내고 부족한 식량도 조절할 수 있다니 북한 주민들의 생활력 하나는 인정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요, 농촌에 사는 주민들은 텃밭에서 채소를 심어서 아무 때나 먹을 수 있지만 도시의아파트에서 사는 주민들은 장마당까지 가야 채소를 맛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먹고 싶을 때 정작 먹지 못할 수도 있겠네요?

기자 : 북한 장마당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2012년부터는 대부분 장사품목들이 거의 분업화 됐어요. 그러니까 지난시기와 달라졌는데요, 일반적으로 주민들이 싸구려장사라고 하는 채소장사꾼들도 분업화로 이뤄져 있어서요, 아침 일찍 농장에서 구매한 채소를 도시의 채소장사꾼에게 넘겨주게 된답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채소 장사꾼은 각 아파트나 마을의 채소 매대들에 넘겨주기도 하는 거죠. 요맘때는 채소가 많이 요구되는 때라 채소 매대들에서는 채소를 넘겨받으려고 줄을 서고 있는 정도랍니다.

그러다보니 채소장사에서도 자연스럽게 되거리 장사꾼이 등장했는데요, 여기서 되거리 장사꾼은 자신들이 받은 가격보다 조금 더 높은 가격으로 파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예요. 이들은 고정 매대에서 팔기도 하지만, 집집의 문을 두드리는 방문판매까지 한다고 합니다.

저의 동생은 현재 5층에서 살고 있는데요, 계단을 오르내리는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쁠 때면 자그마한 바구니를 밧줄에 묶어서 아파트 아래에 있는 채소 장사꾼에게 내려 보내거든요, 바구니 안에 돈과 함께 필요 물품을 적어서 창문으로 내려 보내서 시간을 벌기도 하는데요, 이런 방법은 편하긴 한데, 흥정이 없고 신선한 것으로 골라 구매할 수 없는 점이 흠이라고 볼 수 있겠죠.

진행 : 배급이 이뤄지지 않은 지가 한참 됐죠? 당국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 주민들은 방금 말씀하신 쌈이나 채소에 의지해서 배고픔을 달랜다고 봐야겠네요?

기자 : 대부분 채소나 쌈 등으로 식량난을 극복하려고 하지만 일부 산을 이용하려는 주민들도 있답니다. 양강도나 함경남북도, 자강도, 강원도 등에는 산이 많이 있잖아요? 주민들은 이런 조건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죠, 봄철이 되면서 돋아나는 각종 나물들이 주민들의 식량난에 도움을 많이 준다고 합니다. 이 시기에는 여러 가지 나물들이 많이 나는데요, 양강도의 경우는 자연산 더덕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한국처럼 더덕을 구워서 먹지는 않지만, 더덕을 생으로 먹거나 된장이나 간장으로 삼삼하게 해서 먹으면 몸에도 좋고 맛도 있답니다. 90년대 중반에 있었던 식량난 시기 양강도 산골 주민들은 더덕 등 산에서 나는 산나물을 많이 먹기도 했는데요, 지금도 여전히 산나물을 많이 먹는다고 합니다.

진행 : 듣고 보니 북한 주민들이 앞으로도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먹을 것을 마련하기 위한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름철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 있으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기자 : 언젠가 만났던 한 탈북민 여성의 이야기가 생각나는데요, 강원도에서 살았다고 하는 이 여성은 해마다 5월이면 채소밥을 주로 만들어먹었다고 합니다. 위가 많이 안 좋은 내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그 여성은 지금 생각하면 그때 북한에서 쌀이 부족해서 채소밥을 해먹었던 것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고 했는데요. 그 여성의 말에 저도 공감했었습니다.

강원도는 산악지대가 많아 곡물을 심을 면적이 많지 않다고 합니다. 이 여성은 비탈진 곳에 양배추를 많이 재배해 여름 식량난을 어렵지 않게 극복했었다고 소회했었는데요, 가을에 수확한 양배추를 잘게 썰어서 그늘에서 말려서 창고에 보관했다가 여름에 물에 불렸다가 밥에 얹어 먹으면 양도 많아지고 소화도 잘 되고 좋았다고 하더라구요.

말린 양배추로 저희는 짠지라고 부르는 반찬을 만들어먹은 적은 있지만 밥에 넣어서 먹어본 적이 없어서 맛은 상상만 했는데요, 그 여성이 얼굴에 웃음을 담고 이야기 하는 것을 보고 맛도 있었을 거라고 추측을 했습니다. 이렇게 북한 대부분 지역의 주민들은 춘궁기가 절정인 5월에 어떻게 하나 부족한 식량을 해결하려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발굴해 생활에 적용하고 있는 거죠.

진행 : 식량난을 이겨내기 위한 북한 여성들의 노력에 격려를 보내드립니다. 그리고 하루 빨리 식량난이 해소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하지만 대북제재가 현재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어서 그리 밝은 전망은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북한 내부 주민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 네, 현재 북한 대부분 시장들에서 유통이 되는 쌀이나 기타 상품들은 대북 제재 이전과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달 초 진행됐던 7차 당 대회 이후인 7일부터 9일 정도엔 쌀 가격이 4450원으로 하락했었지만, 현재는 다시 5000원대로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 : 북한 주민들, 특히 가정주부들에게 하루가 1년 맞잡이처럼 느껴진다는 춘궁기가 하루 빨리 지나가기를 함께하는 마음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북한 장마당 물가동향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 대부분 시장들에서 물가 변동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는데요, 먼저 쌀 가격입니다. 평양에서는 1kg당 5000원, 신의주 4900원, 혜산은 5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옥수수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은 2100원, 신의주 2200원, 혜산 21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020원, 신의주 8085원, 혜산은 8010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은 1280원, 신의주 1270원, 혜산 1270원으로 지난주보다 하락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3000원, 신의주 12500원, 혜산 11700원, 휘발유는 1kg당 평양 12600원, 신의주 12600원, 혜산에서는 1280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7500원, 신의주 7630원, 혜산은 768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