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간부 자녀들, 시험 기간에 공부보단 南드라마 즐겨”

한국의 대학생들은 지난주까지 2주가량 진행됐던 중간고사 때문에 밤을 새가며 공부하면서 시험을 치렀다. 각 학교 도서관에는 며칠째 씻지도 못하고 잠을 쫓기 위해 커피와 에너지 음료를 마시면서 공부하는 학생들로 넘쳐났다. 그렇다면 시험기간 북한 대학생들의 모습은 어떨까?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도 시험기간이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이용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대학교 도서관이 걸핏하면 정전되기 십상이고, 특히 겨울엔 난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평양에 있는 인민대학습당은 다양한 서적들이 구비되어 있고, 시설이 비교적 좋기 때문에 평양시내 대학생들이 자주 이용한다. 하지만 이곳도 밤 11시까지만 이용이 가능해 우리처럼 밤을 새며 공부하는 풍경은 찾아볼 수 없다.  

학교 안에서는 교재와 필기노트를 들고 분주히 어디론가 뛰어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한국처럼 강의록이나 PPT 자료가 없기 때문에 교재와 필기노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북한 대학생들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북한은 시험 기간에도 ‘뇌물 공화국’의 면모를 드러낸다. 집안 재력이 되는 학생들은 시험기간에 교수에게 뇌물을 주고 시험지를 미리 볼 수 있고, 심지어 시험에 관계없이 뇌물을 주고 높은 성적을 받는다는 것. 이런 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간부들에게 뇌물을 주고 자신이 원하는, 비교적 편안한 직종으로 배치 받곤 한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평양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은 도서관이 아닌 개인집에 모여서 이미 뇌물을 주고 빼온 시험지로 공부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들은 시험공부가 지루하면 한국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간혹 다른 이탈행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평양 출신의 한 탈북자는 25일 데일리NK에 “평양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은 어느 정도 재력이 있는 부잣집 자녀들로, 한 집에 끼리끼리 모여 뇌물로 얻은 시험지로 공부한다”면서 “그러다가 지루하면 남한 드라마도 자연스럽게 보곤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김일성종합대학, 김형직사범대와 같은 곳에 다니는 일부 대학생들은 시험기간에 삥두(필로폰)를 하기도 한다”면서 “쌀 2kg정도 가격으로 한 번 할 수 있는 양을 살 수 있는데, 이걸 하면 머리도 맑아지고 잠도 오지 않는다고 하면서 즐기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방 대학생들도 일반적으로 열심히 공부하려고 하지 않는다. 간혹 집안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면서 노력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 이들은 대학교를 그저 교수와 미래의 간부가 될 학생들과의 인간관계 형성, 사회를 살아가는 요령을 배우는 곳 정도로 인식한다는 것.

황해북도 사리원에서 대학을 다닌 양기영(가명·35) 씨는 “북한 지방대학은 쉽게 말하면 ‘사회주의 일꾼’을 키워내는 양성소와 같다”면서 “김정은 일가에 대한 혁명역사 등에 대한 시험 성적만 높으면 웬만하면 졸업을 시켜준다”고 전했다.

이어 김 씨는 “북한 대학생들도 자본주의 경제학을 배우는데 시험에서 기본 이론과 함께 이에 대한 주관적 생각을 쓰라는 문제가 나온다. 하지만 여기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쓸 수는 없다”면서 “여기에선 오로지 김일성, 김정일의 사상철학 관점에서 자본주의 경제를 비판하는 논조로 써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