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리더십 없으면 통일후 재분단 가능성 있어

어떻게 통일할 것인가?

통일은 급진과 점진의 조화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급진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통일과정에서는 불가피하게 급진으로 갈 수밖에는 없는 것들이 있다. 첫째가 주권문제다. 점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점진적으로 하다 보면 문제들이 많이 생기고 중간에 다른 방향으로 새고 일이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많다. 또 급진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과학기술발전, SOC(사회간접자본) 건설, 경제적인 기초발전이다. 워낙 남북한의 격차가 커서 급진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나머지 부분은 무엇인가? 급진은 본질적으로 좋은 게 아니다. 급진적으로 처리해서 문제가 된 경우가 문제가 안 된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급진적으로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문화적 통합, 경제적 통합, 북한의 정신문명을 발전시키는 문제라든지, 북한의 제도개선 등의 문제는 지나치게 느리게 갈 필요도 없지만 가능하면 앞뒤 좌우를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한발 한발을 최대한 정확하게 내딛는 것을 중심에 두고 나가야 한다. 속도보다는 정확성이 중요하다.

그리고 통일과정에서 그 어떤 형태의 교조도 절대화해서는 안 된다.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도 일종의 교조다. 통일을 교조화하고 절대화하면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해서 재분단의 에너지가 커질 수 있다. 이때 통일이라는 교조를 앞세워서 억지로 재분단을 막게 되면 그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입고 오히려 재통일이 영원히 물 건너갈 수도 있다. 물론 재분단을 쉽게 결정하면 안 되겠지만 강제적으로 막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한반도의 이익에 반한다.

대표적인 교조에는 평화주의가 있다. 평화를 지향하고 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다양한 형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이것 역시 절대화하면 안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군사력을 동원해서 처리해야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도 교조다. 북한은 대단히 낙후된 사회이기 때문에 북한 사회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가능한 자유민주적인 원칙을 지켜야겠지만 절대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박정희, 장개석, 장경국, 리콴유 등의 근대화 과정을 보면, 권위주의를 동반하여 사회를 빨리 발전시켰다.

남한식의 자유민주주의를 지나치게 북한에 적용하는 것도 교조에 해당한다. 경제 역시 자유민주주의적인 경제질서를 무조건 교조적으로 북한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때에 따라서는 동원경제가 필요할 수 있고 혼란기에는 배급경제를 일시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자유진영에 대한 교조도 유의해야 한다. 이미 동서냉전은 완전히 끝났고, 특히 통일 이후에는 자유 진영이라는 것의 의미가 약화될 수 있다.

우리는 통일 과정에서 중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다방면에서 협조를 받아야 한다. 북한을 빨리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과 경제적 유대관계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자유진영이라는 교조에 빠져 있으면 중국과의 협조관계를 맺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