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軍, 군수물자 자체 조달…병사들 고향으로

북한 평안북도에 위치한 8군단 소속 부대원들이 강제 할당받은 군수 물자를 채우기 위해 고향으로 왔다고 내부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겨울나기 준비 때문에 각 대대에서 지휘관 1명, 병사 3명이 한 조를 이뤄 병사들의 고향으로 출장나왔다”고 전했다. 출장증명서는 병사들에게 발급해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병사들의 탈영을 방지하기 위해 지휘관 1명이 포함된 것이다. 


그는 이어 “이들은 부대에서 통나무를 자를 수 있는 대형 전기톱과 삽 200개, 곡괭이 100개, 못 100kg을 구해올 것을 책임지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부대 복귀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11월 초 정도까지 물자를 구해 돌아갈 것이란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대형 전기톱 1개는 시장에서 15만 원 정도에 거래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 모든 물자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지휘관과 부대원들은 고초를 겪고 있다.


각 부대에서 이 같은 물자를 자체 조달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부대 내 기본 설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군에서 삽, 곡괭이 등과 같은 토목 장비는 ‘제2전투 무장’으로 불릴 만큼 중요하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경제상황이 어려운 북한의 실정에서 부대 내 토목 장비가 없으면 숙소 건설, 진지보수, 훈련 기자재 등을 만들 수 없어 병사들의 생활 편의시설은 물론 훈련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각 부대별로 물자를 자체 조달하고 있는 것이다. 


출장 나온 부대원들의 부모들은 몇 년 만에 나온 아들이 반갑기는 하지만, 물자 구입에 도움을 주지 못해 걱정한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아들이 어쩌다 나왔기 때문에 (물자 구입을) 해결해주고 싶지만, 바쁜 시기에 물자 구입하러 온 아들이 야속하고 속상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여기에 물자 구입을 위해 같이 출장 나온 지휘관은 병사 중 가장 잘 사는 집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때문에 해당 병사 부모들은 지휘관의 비위를 맞추느라 이중고(苦)를 겪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북한군에서 장기간 복무한 경험이 있는 한 탈북자는 “지금 시기가 군인들이 겨울날 준비로 가장 바쁠 때”라면서 “겨울용 부대 화목은 물론 군관(장교)의 가정 화목, 김장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군대간 자식을 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은 겪는 일이다”며 “군대간 자식들이 한 번 집에 왔다가면 그 후과가 오래가지만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려서라도 해서 보내고 싶은 게 부모의 심정 아니겠냐”고 부연했다.


한편 국내 입국 탈북자들에 따르면 1990년 말 고난의 행군 이후 부대에 물자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훈련용 유류는 물론 파철, 채소, 식량 등을 부대에서 자체 조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일부 병사가 처벌을 우려, 탈영하는 일도 발생한다고 탈북자들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