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수단, 비판 피하고 실적 쌓으려 ‘꼬투리’ 잡을 수도”

2014 인천아시안게임(AG) 공식 개막전부터 북한 선수단 선발대에서 ‘체제’와 관련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대회 일정 기간에도 크고 작은 마찰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북한 남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12일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축구장에서 열린 훈련에 앞서 ‘북한’이라는 명칭이 새겨진 환영 현수막을 보고 불만을 표출했다. 북한 선수단은 ‘북한’을 ‘북측’으로 고치거나 아니면 아예 치워 달라고 요구, 결국 현수막을 철거하면서 소동은 일단락됐다.  


이는 북한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북한’이란 명칭으로 불리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는 데서 비롯됐다. 북한이라는 표기를 우리나라가 북한을 대한민국의 부속 국가로 바라보고 쓰는 표현으로 간주하는 것. 


북한 남녀 축구대표팀은 12일 첫 훈련부터 모두 비공개로 실시하며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축구 대표팀은 돌연 훈련 일정을 바꾸기도 했고, 외부 취재진의 접근도 철저히 차단하는 등 입국할 당시의 여유로운 표정과는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탈북자 등에 따르면 북한은 자국민의 한국 체류를 대적(對敵) 개념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출국 전에 철저한 사상 교양을 진행한다. 개인적인 접촉에 대해서는 철저히 차단하면서도 접촉 시 행동요령에 대해 사전 대비를 해놨기 때문에 ‘돌발 발언’도 기대하기는 힘들다.


또한 북한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스포츠 행사를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는 호기(好期)로 보기 때문에 향후 일반적인 시각에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보일 가능성도 높다고 탈북자들은 말한다. 만약 한국 내 NGO 등이 체제 비난을 할 경우 그에 합당한  행동을 진행할 것을 강조하기 때문에 ‘북한’ 명칭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등 크고 작은 여러 마찰이 생길 수 있다고 탈북자들은 지적했다.       


특히 북한은 선수단 중 선수 및 감독 등에 대해 총화(자아비판)를 진행할 인원을 따로 두고 보름 정도의 AG 기간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또한 이런 감시요원들은 한국 내에서 자국에 대한 ‘체제 비판’ 부분을 지켜보면서 대처해 나간다. 이들이 ‘꼬투리’를 잡는 이유는 본국에 돌아가 비판을 피하면서도 실적을 쌓기 위한 것이라고 탈북자들은 입을 모았다. 
 
데일리NK는 16일 보위기관 업무를 담당했던 한 고위 탈북자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AG 참여 관련 원칙과 사전 준비 사항 등에 대해서 들어봤다.


-북한 선수단은 한국에 들어오기 전(前) 어떤 교육을 받는가.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북한은 같은 적일지라도 미국에 가는 것보다 더 철저히 사전 교양을 준비한다. 그 중에서도 선수단 교양에 대해 집중하는데,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남조선(한국)에 대해 환상을 가지지 말라’는 점이다. 북한은 ‘(남조선의) 겉치레는 번쩍번쩍 하지만, 내용은 다 썩었다’고 세뇌를 시킨다. 특히 한국에 있을 때 보고 듣는 모든 것에 대해 ‘적대적인 관념으로 대상하라’는 식으로 주의를 주기도 한다.


또한 외국인들과 접촉 시 말과 행동에 주의할 것을 요구하면서 철저하게 연습시킨다. 기자들이 묻는다고 해서 바로 대답하지 말라고 하면서 ‘예상 질문과 답변 요령’에 대한 책을 나눠주기도 하는 것이다.”


-책에서 제시되는 ‘답변 요령’은 대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


“예를 들면, 북한인권 문제에서는 ‘우리나라(북한)는 인간의 권리가 가장 철저히 보장된 인민 대중 중심의 사회다’ ‘일할 걱정, 배우는 걱정이 없고, 무상 치료, 무료 교육 등 모든 자유를 평등하게 누리고 있다’는 등의 답변이 제시된다. 북한은 이처럼 체육 경기 출전에도 정치적 선전을 빼놓지 않기 때문에, ‘체제 우월성’을 강변할 가능성이 높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원수님(김정은)의 체육의 대중화 방침에 따라 누구나 재능이 탁월하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체육 시설도 잘 꾸려져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혜택을 누리게 됐다’고 강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원수님의 준비된 정책에 따라 눈부신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답변도 빼놓지 말 것을 강조한다. 


한국과 접촉하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사전 교육을 철저히 진행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 사전 교양을 더욱 철저하게 준비했을 것이다. 이산상봉은 접촉 시간도 짧고 좁은 공간에서 진행하는 반면 아시안게임은 활동하는 범위가 높고 여러 나라의 기자들과의 접촉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수단 중 일부가 사전 교육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는가.


“사전 교양을 중앙당 선전선동부에서 담당하는데, 일반적으로 제강이 따로 나온다. 선수단은 이것을 통달하기만 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낮에는 훈련하고 저녁에는 학습을 해서 불시에 점검하는 것을 대비한다. 선수들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거의 다 외운다. 또한 선수들이 보통 젊고 어렸을 적부터 ’10대 원칙(당의 유일적 영도체계확립의 10대 원칙)’ 등 외우는 것에 능통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로 출전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토대(출신 성분)가 좋지 않으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사전 교양으로 인해 ‘북한’ 명칭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등 꼬투리를 잡는 것인가.  


“일부러 꼬투리를 잡는 인원은 일반 선수가 아닌 선수단을 가장해서 입국한 북한 특수 요원들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선수를 뺀 인원이 100명이라면 감독, 코치 등 진짜 선수단은 30~40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60여 명은 국가안전보위부, 정찰총국 등에서 파견한 요원들이라고 보면 된다.


이 성원들은 보위부와 정찰총국 내에서 선발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충성도가 뛰어난 사람을 뽑는다. 그 중에서도 간부 자리를 차지한 인원들이 우선 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관리 요원들은 자신의 실적을 쌓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을 비난할 거리를 찾는다.”


-이들의 행동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면.


“이들은 기자로 신분을 위장해 한국에 대해 꼬투리를 잡으려 할 것이다. 일부 단체나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좋지 않은 행동을 하는 기미라도 보이면 자국 선수 안전을 핑계로 ‘남조선 깡패집단이 불순분자들을 내세웠다’는 식으로 비난할 가능성이 높다. 또 우리 측이 국가정보원과 경찰 인력을 배치한 것도 ‘폭압 증강’이라고 매도할 수도 있다. 


또한 일부 친북(親北) 단체들이 환영의 뜻을 표하는 것에 대해 내부로는 ‘원수님을 동경하는 것’이라고 선전을 할 수도 있다. 이미 이런 것들을 선전선동부를 중심으로 철저히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아시안게임 기간에 실시하는 주요 임무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보위부와 정찰총국의 임무는 각각 다르다. 먼저 보위부원들은 아시안게임에 참석한 성원들의 관리를 담당한다. 감독이나 코치 등 모든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진행하는데, 매일 저녁 간단한 경기 평가와 함께 일상생활 총화를 진행한다. ‘남조선 사회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나’ ‘상호 간에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았나’ 등의 내용이다. 이들은 적국에 들어온 것처럼 최대한 촉각을 세우면서 성원들의 행동거지를 철저히 점검한다. 자국 선수들이 한국 및 외국인들과 무슨 말을 하는지 철저히 감시하는 이유는 선수들의 사상 이탈 방지와 더불어 체제 약점이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찰총국의 역할은 한국의 실태 파악이 중심이다. 비행기 타고 오면서 해안 지대 파악, 한국에 입국한 이후 이동하면서 접하게 되는 공항, 도로, 터널, 항만 등 주요 시설물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몰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