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탈북자 도운 중국 조선족 첫 난민 인정

중국에서 탈북자를 지원한 사실이 발각된 조건에서 중국으로 귀국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한 국내 체류 중국 조선족이 결국 난민으로 인정 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하종대)는 조선족 김모 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난민인정 불허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 씨가 탈북자에게 음식과 운송수단 등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며, 대한민국이 아닌 중국에서 탈북자 지원 활동을 했고, 관련자가 이미 처벌을 받은 이상 귀국시 박해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탈북자를 지원한 자를 무기징역까지 처하도록 규정한 중국 형법을 고려할 때 비록 김 씨가 주도적·적극적으로 탈북자를 지원한 정도는 아니었더라도 (중국에 돌아가면) 체포 또는 구금을 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씨가 정치적 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로 탈북자를 도왔을지라도 중국 정부의 탈북자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적 견해가 있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난민 인정 사유인)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박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1995~2000년 평소 알고 지내던 A씨의 부탁으로 탈북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공항 안내 등을 도왔다. 이후 2000년 9월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한 김씨는 중국에 있는 아내로부터 A씨가 체포돼 사형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공범으로 지목돼 처벌 받을 것으로 판단해 체류기간을 넘기고도 귀국하지 못했다.


김씨는 지난해 1월 난민 인정 신청을 했으나 법무부가 “단순 조력자여서 벌금 정도의 형사처벌을 받을 것이며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갖고 탈북자를 도운 것이 아니라서 정치적 의견에 의한 박해라 볼 수 없다”며 불허가 처분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에 대해 평소 중국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을 규탄해온 김규호 목사(기독교사회책임 탈북동포회 사무총장)는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이번 판결은 대단히 고무적이다”며 “사법부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정부가 탈북자 단속을 강화할 여지도 있지만 현지 탈북자 지원 활동가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세계인권의 추세를 받아 들이고 인권에 대한 강경책 보다는 인권문제를 풀어나가는 자극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