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6자회담 방식으론 핵문제 해결 어려워”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비서는 20일 오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청년-대학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번 6자회담 결과(공동성명)는 결국 북한의 약속 불이행으로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황 전 비서는 “김정일이 지금 당장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시간을 끌고 자신의 몸값을 최대한으로 불리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지금 같은 6자회담으로는 핵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6자회담에 임하는 부시 행정부의 자세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미국을 “기득권에 연연하는 늙은 국가”라고도 표현했다.

황 전 비서는 “핵문제를 미국에 의지해서 풀어가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면서 “북한정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핵 문제도 따라서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일이 가장 원하는 것이 협상이고, 이를 통해 자신의 몸값을 높이고 외부의 제재를 막아보자는 외교행위에 불과하다”면서 “미국이 김정일에게 끌려 다니며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주는 것은 스스로 전략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 전 비서는 “미국은 북한이 핵을 사용하거나 테러조직에 파는 것을 걱정하지만, 김정일처럼 머리가 비상한 사람이 자신이 죽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김정일의 핵 위협은 원칙적으로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통해 협상을 이끌고 상황을 주도할수록 남한 내에서는 친북 반미세력이 성장하게 돼있다”며 “이번 공동성명은 남한 내 친북 반미세력을 크게 고무시켰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북한 내부에 인권사상과 민주주의를 전파하고, 외부에서는 중국을 끌어들여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정일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목적은 한반도 전체의 ‘수령’이 되는 것인데, 핵무기도 이를 방해하는 외부세력의 개입을 견제하기 위해 개발한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황 전 비서는 “과연 김정일이 어떤 조건이면 핵을 포기할 것이냐”는 질문에 “주한미군 철수 정도면 북한이 핵 포기를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