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정한 ‘배짱’을 보여봐라

2005년 1월 12일 세계인들은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중국에서는 기자회견을 하려고 해도 당국의 허가의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중국 정부는 한나라당 소속 김문수 의원 등 한국의 국회의원 4명이 베이징(北京)시 모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는 것을 전등과 마이크를 끄고 기자들을 몰아내며 무산시켰다. ‘허가 받지 않은’ 기자회견이기 때문이란다.

중국의 현행법규에 따른 것인지 관례상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중국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면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면, 이는 분명히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제도이다. 개혁개방과 더불어 많은 부분에서 중국 사회에 민주화가 이루어졌음에도 아직도 이런 제도가 존재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중국을 방문한 국회의원들이 집회나 시위를 한 것도 아니고 그저 기자회견을 하려던 것을 저지한 중국 정부의 이번 대응방식은 참으로 거칠고 어리석다. 조용히 내버려 뒀으면 그저 신문의 한 귀퉁이 정도에나 실릴 기사를 중국 정부는 ‘주요 뉴스’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기자회견을 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비민주적 실태를 만천하에 스스로 드러내 보이는 결과까지 낳았다. 혹 떼려다 두 개, 세 개를 덧붙인 것이다.

혹 떼려다 더 붙인 중국

중국 정부의 과잉 대응은 오히려 이번에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왜 중국을 방문했으며 무엇을 주장하려고 하는 지를 더 분명히 알려주는 효과를 낳았다. 기자회견을 통해 그들은 2000년 중국에서 북한에 납치된 김동식 목사 사건에 대해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조해 줄 것과 탈북자들을 원하는 나라로 보내주라는 입장과 요구를 밝힐 예정이었다고 한다. 이번 기자회견장에는 약 50여명의 세계 여러 나라의 기자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이러한 문제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다는 증거다. 이제라도 중국정부는 이러한 세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아마 이번에 기자들은 주로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고 회견장에 모여들었을 것이다. 아직도 중국에는 수만 명을 헤아리는 탈북자들이 있다. 중국 정부는 이들을 국제법과 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고 말해 왔지만 그간의 모습을 보면 국제법에도 맞지 않고 인도주의적 원칙에도 어긋났다.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송환되면 어떻게 되는지는 중국 정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본국으로 되돌아갔을 시 정치적 처벌이 두려워 가지 못하고 있는 그들은 분명한 국제법상 난민(Refugee)이다. 그런 그들을 자꾸 본국으로 송환하니까 궁지에 몰려 결국에는 목숨을 걸고 중국 내 외교공관에 진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물론 탈북자 문제의 본질적인 책임은 북한 정권에 있지만 이처럼 중국 정부 스스로 문제를 키운 측면도 있다.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도 기자회견장에 진입하여 완력으로 무산시킨 배짱을 왜 북한 정권에게는 보이지 못하고 있나. 탈북자 문제는 기본적으로 인도적 문제이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해도 좋다. 개혁 개방을 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탈북자 문제를 활용하겠노라고 북한 정권을 압박하는 전술도 필요하다.

아무리 체포하고 송환하여도 쉼 없이 이어지는 탈출 행렬을 보면서 이제는 중국 정부도 북한의 내부 상황이 어떠한지를 어느 정도 짐작하였으리라 본다. 언제까지 북한 정권을 감싸고만 돌 수는 없다는 것 또한 깨닫고 있으리라 본다. 곪고 썩은 상처는 도려내야지 조용히 내버려둔다고 거기서 새살이 돋아나지 않는다. 우리의 본질적 부탁은, 새살이 돋게 하는 역할을 중국정부가 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탈북자 문제조차 입막음 하려 하며 옹졸한 행동을 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문제 해결에 나서라. 이번 기자회견 사건으로 중국정부가 탈북자 문제 은폐와 북한문제 방치 관행에 종지부를 찍게 되길 바란다. 차제에 기자회견을 사전에 허가 받아야 하는 제도도 폐지하길 제안한다.

곽대중 논설위원 big@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