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말’의 말같지도 않은 말

▲ 디지털 말에 실린 김재중 기자 기사 페이지

1월 19일 <디지털 말>의 김재중 기자는 ‘북한인권, 진보는 ‘비겁한 침묵’을 깨라’라는 기사를 실었다.

김재중 기자는 ▲ ‘수구 보수’가 북한 문제에 대한 이슈를 선점했지만, ‘탈북 브로커’와 ‘기획망명’에서 나타난 문제에서 보듯 그들은 인권문제에 대해 접근을 하지 않고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고 ▲ 현재 ‘진보’는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탈북자문제를 ‘수구 보수’에게 맡기지 말고 ‘진보’가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기사를 보고 김재중 기자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진보’가 ‘수구 보수’보다 북한 인권문제에 소홀했다면 이제 더이상 ‘진보’라고 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김재중 기자는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면서 또 엉뚱하게 “진보가 ‘미국의 북한 붕괴 의도에 대해서 입씨름만 벌였다”고 했다. 정보가 없었다는 말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북한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는 점과 미국이 북한을 붕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입씨름을 벌였다는 말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인지 도무지 요령부득이다.

북한인권에 대해 입다물면서 말은 이른바 ‘진보’를 자임하던 세력들은 ‘국제사면위원회’나 ‘유엔인권위원회’, ‘좋은벗들’의 조사자료마저 외면하며 오히려 ‘국정원의 하수인이 되었다’느니, ‘변절했다’느니 하는 정파적 해석에 집착했다. 그리고 수백만명이 굶주림 속에 죽어 갔던 당시에도 ‘진보’는 북한이 왜 그런 처참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알아보려는 의지나 노력을 하지 않았다. 북한문제를 ‘미국의 북한 붕괴 의도’라고 치부해버리고 애써 외면했던 것이다.

현재 민노당의 조사활동이나 국가인권위의 공청회 등도 북한 인권문제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변 문제를 논점으로 잡거나 의도적으로 인권문제를 축소하는 등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둘째, 김재중 기자가 탈북자와 브로커에 대한 관계를 몇 차례 기사로 다루면서도 제대로 현지 취재를 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초기 탈북자들의 대부분은 ‘김정일 정권의 보복 처벌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식량을 구해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국 땅에서 생활하고 있다. 왜냐하면 북한으로 돌아가게 되면 그들은 가혹한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국제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난민’이다.

한국정부가 재외공관에 들어간 극소수의 경우만 남한으로 데리고 오는 상황에서 중국과 제3국을 떠도는 수만에 이르는 탈북자들이 무슨 수로 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가? 몇몇 NGO활동가들이 나서서 ‘기획입국’을 국제사회에 여론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성과 못지않게 중국에서 생활하는 더 많은 탈북자들의 생활이 어려워졌다. 하지만 그것은 사선을 넘나드는 북한주민과 탈북자들을 외면하는 이른바 ‘진보세력’의 침묵과는 견줄 수 없는 진보적 행동이다.

김재중 기자가 브로커 조직의 폐혜를 ‘수구 보수’와 ‘진보’간의 의제선점과 관련짓는 것은 북한인권에 대해 정조준하지 못하는 ‘수구 좌파’와 닮아 있다. 기자의 의도야 어쨌든 북한의 인권문제를 정직하게 다루려 하지 않고 반공주의 시대의 ‘보수’와 ‘진보’간의 사상투쟁 정도로 격하시키면서 북한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말이다.

기자가 사회 문제를 보도할 때 문제의 본질을 예리하게 짚어낼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브로커’를 문제 삼기에 앞서 정부의 역할을 먼저 강조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 김재중 기자의 기사에는 탈북자문제를 브로커들의 ‘거래’에만 촛점을 맞추고 있지 탈북자들이 실제 겪는 고통을 정면으로 다룬 내용은 찾기 힘들다.

셋째, 김재중 기자가 북한 인권문제를 정파적 선동의 논점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큰 실수다. 이 부분에서도 기자의 아마추어적 보도 태도가 여실히 드러나는데, 사실 좌우는 물론 누구를 막론하고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그 자체로 환영할 일이고 지지할 일이다. 인권은 인간의 삶의 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권문제를 ‘보수’가 거론하면 인권문제가 아닌 것이 되고, 자칭 ‘진보’가 거론하면 인권문제 아닌 것이 인권문제로 되는가?

이번 김재중 기자의 주장은 그만큼 논리적으로 허술하다. 바른 주장도 사람에 따라 어떤 사람이 하면 곱지 않게 들릴 수는 있지만 그 사실 자체가 시비거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아마도 김재중 기자 본인은 자칭 ‘진보’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탈북자문제를 비롯한 북한문제부터 깊은 관심을 보여야 한다. 북한인권 문제를 ‘정조준’해서 보라는 이야기다.

박형민 기자 phm@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