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배급제 복귀-국가판매’ 증언 엇갈려

북한의 식량배급체계 변화와 관련한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8일 함경남도 함흥출신의 외화벌이 일꾼 김철만(가명, 29세)씨는 “10월부터 공장, 기업소들이 노동자 1인당 1일 700g씩 식량배급을 실시한다고 국가적으로 선포했다”고 중국 옌지(延吉)에서 기자를 만나 이야기했다.

이는 장마당에서 쌀 판매를 금지하고 국가에서 쌀을 수매해 독점판매하려 한다는 최근 탈북자들의 증언(DailyNK 8월 31일 보도)과 차이가 있으며, 배급제를 재개한다는 동아일보(8월 31일자) 보도에 근접한 내용이어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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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10월부터 식량배급이 재개된다는 사실을 함흥지역 공장과 기업소에서는 8월부터 노동자들에게 교양하기 시작했다”면서 “출근 노동자들에게 ‘1인당 1일 700g의 식량’을 배급하며, 부양가족들에게도 비슷한 기준을 적용해서 배급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700g의 식량’은 쌀과 옥수수 등을 섞은 것”이라고 김씨는 덧붙였다.

김씨에 따르면 ▲식량은 국가에서 배급하며, 예전처럼 ‘식량표’가 나와 이를 국가배급소에 제출하면 15일 단위로 식량을 지급하고 ▲식량배급이 재개돼도 월급은 현행대로 지급되며 ▲공장 기업소 노동자들을 제외한 주민들에게는 식량 배급을 하지 않고 ▲농촌지역은 현행대로 수확량에 따라 분배한다.

김씨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후 중단된 배급제를 90년대 중반 이전의 수준으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식량 공급량이 부족한 형편에서 과연 그것이 가능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씨는 ▲올해 농사가 풍작을 이루었고 ▲그 동안 비축해둔 국제지원식량이 충분하며 ▲공장 기업소와 장마당에서 걷어들인 세금이 많아 부족분은 외국에서 수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사실은 교차확인 필요

김씨는 “현재 함흥에는 쌀이 1kg에 900원, 옥수수는 1kg 400원인 반면, 남양은 쌀이 800원, 옥수수가 160원”이라고 최근 북한 물가를 전했다.

그는 “남양의 옥수수를 대량 구입해 함흥에 되팔고 싶었지만 회사에서 맡은 임무가 있어서 참았다”면서 “요새 북한의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내려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증언은 신빙성을 좀더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씨는 처음 외화벌이를 시작한 신분이어서 북한 당국이 외부에 선전하기 위한 내용을 그대로 말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김씨는 기자와 1시간여 동안 이야기를 하면서 40분 이상 미국과 한나라당에 대한 성토, 북한 핵개발의 정당성, 선군노선의 위대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외화벌이 경험이 많은 일꾼들은 남한 사람을 만나도 돈벌이 이야기에 집중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중국 옌지(延吉) = 김영진 특파원 kyj@dailynk.com